고로치

观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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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20:50

왜 탈중앙 전사들은 하이퍼리퀴드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까. 몇 년 전만 해도 크립토 시장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탈중앙화라고 여겨졌다. 솔라나는 늘 같은 공격을 받았다. 중앙화 체인. VC 체인. 검증자가 적다. AWS에 의존한다. 탈중앙화가 부족하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고, 수수료가 비싸도 괜찮고, 사용하기 불편해도 괜찮다. 대신 탈중앙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지금 시장을 보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퍼리퀴드다. 누가 봐도 하이퍼리퀴드는 솔라나보다 더 중앙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검증자 수는 적다. 참여도 제한적이다. 한동안 노드 코드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운영 구조 역시 훨씬 폐쇄적이다. 과거 솔라나가 받았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더 강한 비판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시장은 조용하다. 왜일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에는 블록체인 자체가 제품이었다. 그래서 체인의 구조와 설계가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앱이 제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하이퍼리퀴드를 사용하는 이유가 검증자 구조 때문이 아니다. 거래 경험이 좋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깊기 때문이다. 원하는 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인프라보다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넷플릭스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가 AWS를 쓰는지, 구글 클라우드를 쓰는지, 자체 데이터센터를 쓰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직 넷플릭스라는 서비스 자체다. 만약 AWS 비용이 비싸지면 넷플릭스는 다른 클라우드로 옮길 수도 있다. 사용자는 그것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더리움 투자 논리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주장이 있었다. "수많은 앱이 이더리움 위에 구축되면 결국 가치가 ETH로 축적된다." 그 논리는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유니스왑은 유니스왑의 가치를 만들었다. 에이브는 에이브의 가치를 만들었다. L2는 L2의 가치를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앱을 사용했고, 가치는 생각보다 앱과 서비스 레이어에 머물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디파이를 사용하면서도 어느 L2 위에서 동작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브릿지를 사용하는지, 어떤 DA를 사용하는지, 어떤 시퀀서를 사용하는지, 대부분 관심이 없다. 그저 서비스가 잘 동작하기만 하면 된다. 결국 크립토 역시 인터넷이 걸어온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서버와 프로토콜이 중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가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했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사람들은 TCP/IP에 투자하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하이퍼리퀴드에 관대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크립토가 투기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시장의 관심이 인프라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는 순간,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었던 많은 논리들 역시 다시 검증받게 될 것이다.